2023. 08. 25

S급 에스퍼 차유진 x A급 가이드 김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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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진, 차유진, 하고 몇 번이나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는 건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김래빈은 아슬아슬하게 한계에 서 있는 자신의 에스퍼를 보며 선배에게 배웠던 내용을 되짚었다.
에스퍼보다 자신의 등급이 높은 경우라면 손을 잡는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반대라면 최대한 접촉 면적을 넓혀서. 그러니 자신이 차유진을 가이딩할 때는 포옹이 가장 효율적인 형태였다.

 

김래빈은 눈에 띄게 숨을 몰아쉬는 차유진을 다소 투박하게 끌어안고 천천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청우 형에게 배운 대로, 처음에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부터.
조심해야 할 점, 이 단계에서는 되도록 가이드와도 무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가이드와 교감이 깊은 에스퍼일수록 '가이드의 일'을 '자신의 일'로 느끼는 경우도 있으므로. 김래빈은 이 충고를 간과했다가 호되게 일을 치를 뻔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화제를 골랐다.

 

오늘 두 세진 형들도 게이트를 하나 해결하고 왔어. 몬스터의 전투력보다는 개체수 때문에 등급이 높게 책정된 곳이었는데, 마침 두 분의 능력과 상성이 좋아서……. 천천히 말을 이으면서도 김래빈은 차유진의 호흡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그 결이 조금씩 부드러워질 때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문대 형이 새로운 음료를 추천해 주셨는데 맛있었어. 잘 쓰던 작곡 프로그램에 새로운 가상 악기를 추가해 봤어. 그러고 보니 너 오늘도 방을 덜 치우고 나갔던데……. 의식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자연스레 '김래빈'에서 '김래빈과 차유진'으로 이어졌다. 당연했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또 생활하는 두 사람은 정말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었으므로.

김래빈의 일상이 차유진의 일상이고, 차유진의 일상이 김래빈의 일상이었으므로.

 

귓가에 들리는 호흡이 진정됨에 따라 그에게 흘려 넣는 가이딩 에너지를 조절했다. 놀란 사람을 달래듯 약하게 등을 두드리면서 천천히,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갔다.

 

"……차유진."
"……."
"차유진. 이제 진정된 거 다 알아. 호흡수 정상으로 돌아온 거 확인했어."
"Uuuh, 김래빈 바보야."
"뭐?!"

 

더 이상 가이딩이 필요 없다고 알렸음에도 차유진은 김래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S급 에스퍼의 완력을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김래빈은 '바보야'에 발끈해 몇 번을 허우적거리다가 몸에서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가이딩은 끝났어. 더 안 해도 돼."
"나도 알아, 바보 김래빈."
"알면 이제 떨어져도……."

 

차유진은 대답하는 대신, 김래빈의 어꺠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이상하게도 그 힘이 그리 강했던 것도 아닌데, 김래빈은 차유진을 밀어 내지 못했다.
바보 김래빈. 차유진은 한 번 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받아 주니까 계속 어리광 부리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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